[헬스앤라이프] 간호사 주사 잘못 놔 '군인 사망'...길병원 어디까지 은폐하려 했나
- 카테고리 없음
- 2016. 6. 20.
약병 빼돌리고 간호 기록지 조작까지
[헬스앤라이프 윤혜진기자] 지난해 인천의 한 종합병원 간호사가 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은 20대 군인에게 약물을 잘못 투여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일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병원 측이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형사재판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났다.
가천대 길병원(인천시 남동구 소재) 간호사 A(26·여)씨는 지난해 3월 19일 오후 1시 50분께 손가락 골절 접합수술을 받고 회복을 위해 병동으로 온 육군 B(20) 일병에게 주사를 놨다.
간호사가 B씨에게 투여한 약은 마취 때 기도삽관을 위해 사용하는 근육이완제인 '베카론'이었다. 당시 의사가 처방전에 쓴 약물은 궤양방지용 '모틴'과 구토를 막는 '나제아'였지만, 실수로 베카론을 투여한 것이다.
주사를 맞기 2분 전까지 친구들과 휴대전화로 카카오톡을 주고받던 B일병은 투약 후 3분 뒤 심정지 증상을 보였고, 같은날 오후 2시 30분께 병실을 찾은 누나에게 뒤늦게 발견됐다.
그는 의식불명에 빠져 사고 한 달여 만인 지난해 4월 23일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끝내 숨졌다.
A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주치의가 지시한 약물을 정상적으로 투여했다"며 과실치사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B일병에게 베카론을 투약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음에도 간호사 카트에서 베카론 병이 발견된 점 등 정황증거와 간접증거를 토대로 검찰 측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간호사로서 환자들의 건강상태를 잘 살피고 처방전에 따른 약물을 정확하게 투약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며 "정확한 확인 없이 약물을 투약해 피해자를 숨지게 한 중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병원 측이 사고 발생 후 병동 안에 있던 베카론을 없애고 간호 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각종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병원 측은 사고 후 B일병이 숨진 병동에 설치된 비치약품함 안에서 베카론 3병을 빼내고 고위험약물의 위치도 바꿔 배치했다.
병원 직원들은 베카론을 병원 내 약국에 반환한 것처럼 '약품비품 청구서와 수령증'을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실제로 병동에 있던 베카론은 약국이 아닌 적정진료관리본부로 넘어갔다.
이후 3개월 뒤 다시 약품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손에 건네져 책상 서랍에 보관됐다가 결국 수사기관으로 넘겨졌다.
재판부는 "병동에서 보관하던 베카론 병을 두고 병원 관계자들이 한 일련의 조치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결과적으로 사고 당시 병동에 해당 약물이 어느 정도 보관돼 잇었는지 등 판단이 불분명해지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병원의 전반적인 약품관리 상황이 체계적이지 못했고 그 과실도 무시할 수 없다"며 "언제든 환자에게 약물이 잘못 투약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윤혜진기자 news1@compa.kr
기사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