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현교수의 트라우마테라피 1 - 헬스앤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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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현교수의 트라우마테라피 / 1주차]

아픈 기억 잊어버리면 끝나는 걸까?

글 : 김선현교수 / 편집 : 헬스앤라이프 곽은영기자

우리는 흔히 나 애완견 키우는 것에 트라우마 있어”, “나 무서운 영화에 트라우마 있어와 같은 말을 농담처럼 던집니다이렇게 누구에게나 아주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트라우마가 있습니다그런데 트라우마를 잘 극복해서 성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극복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조차 힘든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나의 상처를 바라보는 일은 너무나 아프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합니다고통스러웠던 당시를 떠올려야 하니까요상처를 다시 한 번 받는 것처럼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그러나 트라우마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사한 일을 경험할 때마다 이전의 사건으로 인한 고통이 재현되면서 더 힘들어집니다트라우마가 결코 나의 잘못이 아닌데도 말이죠.



트라우마(Trauma)는 과거에 겪은 충격적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를 의미하는 말로정신의학 분야에서 쓰이는 전문용어입니다.이 말을 일반인들이 자주 쓴다는 것은 트라우마라는 개념이 대중화됐다는 의미이겠지요그만큼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요?
  
트라우마는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다만 사람에 따라 그 상처의 크기와 깊이가 다를 수 있습니다어떤 사람은 웃으며 넘길 수 있지만어떤 사람은 여전히 아프고 고통스러운 것입니다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마음속에 쌓이는 부정적인 감정들입니다이때 나타나는 증상들이 부적절하고그 표현들이 반복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이것이 굳어지면 장애가 됩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도 일종의 정신적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스트레스는 심리적인 압박압력을 받는 상태로 꼭 나쁜 사건이 있어야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입학승진결혼 등 좋은 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삶에 적응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가 생겨나기 때문이죠따라서 우리는 스트레스로부터 완전히 피해서 살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겪는 일이 다르고 대처하는 방법이 다릅니다해서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중요한 점은 그 트라우마 때문에 삶 전체를 망가뜨리지 않는 것입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아픈 기억을 잊어버리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그 문제를 방어하기 위해 또는 생존하기 위해 몸이 아프기도 합니다이러한 현상을 심인성 질환(心因性疾患, Psychogenic Disease)이라고 합니다반드시 심리적인 문제만으로 이러한 장애가 생긴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육체적인 문제도 생길 수 있으며그 해결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마음을 다스리고 정서를 안정시키지 않으면 자율신경의 부조화로 인해 문제가 재발하는 악순환을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트라우마에 의한 피해자는 우선 자신이 겪는 증상이 당연한 것임을 받아들이세요트라우마의 원인이 되는 사건을 받아들이고상처를 인정해야 합니다.혼자서 극복하는 것이 어렵다면 전문적인 치료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합니다하지만 그냥 넘어가거나잊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치료를 받지 않으려 하거나아픈 상처를 자꾸 되돌아보는 것 같아서 피하게 되기도 합니다하지만 미해결된 감정은 계속 무의식에 억압되어 나에게 좋지 않은 감정들과 성격 변화를 가져옵니다적극적으로 상황을 인지하면서 스스로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수용하고 그 과정을 바탕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면단지 상처받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동양적인 정서로 인간을 사회적이고 상호의존적 존재로 봅니다타인에게 의존하고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을 중요시합니다따라서 개인의 역할도 자신의 성향 중심이 아닌 다른 구성원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됩니다이러한 문화는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한국의 한(정서야말로 욕구가 좌절되어도 이를 보복하거나 하소연하는 것이 아닌억누르고 다른 방식으로 승화시켜 발산해 나타나는 정서일 것입니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거나 좌절된 욕구를 참는 것이 꼭 나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그렇게 쌓인 부정적 감정들이 해결되지 못하면 오히려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특히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은 우울감이나 불안감 등 부정적인 감정과 문제에 노출됩니다충격이 크거나 오랜 시간 동안 적절히 해결되지 않으면 이후에는 당시 상황을 표현하는 것마저도 피하게 됩니다그렇게 억눌린 감정을 한으로 남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요상처받은 나의 감정과 내면을 표현하고아팠던 기억을 꺼내보고심리적·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물론 나의 상처를 바라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다시 그 상황을 떠올리게 되고 거듭 똑같은 상처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고통스럽습니다이럴 때는 그때의 상처가 나의 몸과 마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합시다사람의 감정은 그것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 주는 것만으로도 해소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그러면 비로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다스리는 주체로서 한발 나아갈 수 있지요감정을 억압하거나 억제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인정하고더 나아가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조금씩 표현하다 보면 감정이 해소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저자 김선현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발매 2016.04.07.

그림과 나

저자 김선현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발매 2015.11.06.

그림의 힘 1

저자 김선현

출판 8.0(에이트포인트)

발매 2015.03.02.

그림의 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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