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현교수의 트라우마테라피 2 - 헬스앤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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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5. 26.
[김선현의 트라우마 테라피 / 2주차]
억눌린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글 : 김선현교수 / 편집 : 헬스앤라이프 곽은영기자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한 문제를 방어하기 위해 몸이 만들어내는 현상, 즉 정신적・육체적 장애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통틀어 심인성 질환 (心因性疾患, Psychogenic Disease) 이라고 합니다. 미해결된 감정이 생각을 왜곡시키면 망상 증상이 나타나고, 행동을 왜곡시키면 부적응 행동이 일어나고, 감각을 왜곡시키면 환각 증상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감정을 왜곡시키면 부적절한 감정 상태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증상들 역시 생존을 위해 자동으로 취해지는 행위, 즉 방어기제이기 때문에 좀처럼 고치기가 쉽지 않고 중증일수록 증상이 심각해집니다.
반드시 심리적 문제만으로 이러한 장애가 생긴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육체적인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마음을 다스리고 정서를 안정시키지 않으면 자율신경의 부조화로 인해 문제가 재발하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미국의 존 사노 (John Sarno) 박사는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심인성 질환은 신경성 통증 (TMS, Tension Myositis Syndrome: 긴장성 근육통 증후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전까지 한동안 미국에서 가장 유행했던 심인성 질환이 위장 관련 질병이었다는 것입니다. 변화의 이유는 위장병이 심리적 요인 때문에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미국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심인성 질환은 심리적 문제를 방어하기 위해 몸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이 위장병이 심리적인 문제에 기인했음을 알게 되면서 무의식적 방어가 힘들어지자, 우리의 무의식은 위장병이 아닌 신경성 통증이라는 새로운 신체적 증상을 나타내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억눌린 감정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음에는 또 어떤 심인성 질환이 1위를 탈환할지 모릅니다.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증상과 반응은 TMS나 위장병 외에도 매우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심인성 질환의 대표적 증상
・ 신체적인 신호
오심, 위통, 답답함, 식은땀, 오한, 설사, 빈맥(심장박동이 빨라짐), 근육통, 입 마름, 떨림, 시야가 흐릿해짐, 피로감
・ 행동적인 신호
위축, 회피, 식욕의 변화, 알코올 섭취 및 흡연 증가, 경계심, 과도한 유머, 과도한 침묵, 이상 행동
・ 인지적인 신호
혼란스러움, 주의 산만, 계산능력 저하, 기억상실, 악몽, 논리적 사고의 어려움
・ 정서적인 신호
예기불안, 현실 부정, 두려움, 화, 감정의 불확실성, 우울감, 절망감, 애도, 죄책감, 상실감, 버려진 느낌, 걱정, 숨고 싶거나 죽고 싶은
마음, 멍한 기분, 트라우마를 앓는 피해자가 불쌍하다는 마음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난 후에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 그것이 당연한 증상임을 우선 받아들이세요. 혼자 극복하는 게 힘들다면 빠른 시일 내에 치료받기를 권합니다. 그런데 치료받기를 주저하는 경우도 많지요. 그냥 넘어가거나 잊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치료를 받게 되면 오히려 과거를 자꾸 상기하게 될까 꺼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해결된 감정은 계속해서 무의식 속에 억압되어 있습니다. 그대로 버려둔다면 이는 좋지 않은 성격을 형성하고 현실 생활에 타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상황을 인지하는 한편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려고 노력해보세요.
미술치료사례
김 O 국(M/21)
오일파스텔로 긁어내기 기법을 사용해 사각형의 형태를 나타내면서 현재의 갈등 상황 속에서 예민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했다. 자연을 대변하는 초록과 파랑 계통의 색을 많이 사용해 안정감과 회복, 성장, 평안함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검은색으로 덮었다가 도구로 긁어낸 방법은 그러한 평온함을 얻지 못함에서 오는 답답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