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까지 전염 여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아
[헬스앤라이프=윤혜진기자] 조개에 전염성 암세포가 종(種)간 장벽을 넘어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22일(현지시간)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바닷 속에 서식하는 홍합, 조개, 쌍각류에서 전염성 암 세포가 발견됐고, 이 암세포가 개체 사이는 물론 종을 뛰어넘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전염성 종양이 발견된 생물은 총 6종이다. 이중 2가지 종양은 포유류에서 발견되었으며, 한 종은 태즈메이니아 데블(Sarcophilus harrisii)의 존속을 위협하는 안면종양(facial cancer)이고, 다른 한 종은 개들 사이에서 짝짓기를 통해 전염되는 암(venereal cancer)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바이러스학자 스티븐 고프(Stephen Goff)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전염성 암이 발견된 식용 우럭조개 (Mya arenaria)를 발견했다. 캐나다에서부터 미국 남부에 이르기까지 대서양 갯벌에서 서식하는 종이다.
그 후 연구팀은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에서 채취된 홍합(Mytilus trossulus)과, 스페인 북서부의 갈리시아 해안에서 채취된 꼬막(Cerastoderma edule)과 황금카페트조개(Polititapes aureus)에서도 똑같은 전염성 암의 특징을 발견했다. 즉, 상이한 개체에서 발견된 종양세포들이 동일한 유전적 표지(genetic marker)를 공유하는 것을 밝힌 것이다. 암이 상이한 종 사이를 뒤어넘은 것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암의 DNA를 유전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황금카페트조개의 종양은 다른 종인 병아리껍질조개(Venerupis corrugata)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병아리껍질조개에서는 암의 징후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고프 박사는 "아마도, 그 종양은 병아리껍질조개 중에서 취약한 개체를 모두 없애버린 것 같다"며 "그 후 감수성 있는 숙주를 찾기 위해 다른 종으로 갈아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 생물의 암세포가 사람에게까지 전염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촌충의 암세포가 면역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사람의 체내에서 퍼진 것으로 보고됨에 따라(Muehlenbachs, A., Mathison, B.A. & Olson, P.D. N. Engl. J. Med. 373, 1845-1852), '암세포가 새로운 숙주종을 침입할 수 있다'는 이번 연구결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윤혜진기자 news1@compa.kr